| 사건 요약
개요
IMF 시절 미국 이민 후 부도난 회사의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사기죄로 고소당해 기소중지, 지명수배 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결과
고소대리인과 합의서 작성, 탄원서를 받아 성공적으로 재기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아시나요?
IMF 외환 위기는 1997년부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외환 유동성 위기를 통칭하는 말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모두 도산하고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이 당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는데, 이때 형사고소를 당한 재외국민들은 수십 년이 지난 아직도 기소중지자로 분류되어 큰 고초를 겪게 되었죠.
오늘은 IMF 외환위기로 도산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갔지만 평생 기소중지자로 분류되어 여권 발급 거부 등 온갖 불이익을 받다가 2023년이 되어서야 모든 혐의를 벗게 된 한 대한민국 국민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참고: 기소중지란?
피의자의 소재가 불명하여, 피의자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에 수사를 잠시 멈춰두는 검사의 처분을 말합니다. 2021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경찰에서 수사중지가 내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1. 의뢰인에 대하여
※ 사건과 의뢰인의 비밀 유지를 위해 내용과 명칭은 일부 각색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본 사건의 의뢰인은 특이하게도 기소중지 된 피의자의 딸이었습니다.
피의자는 1999년 사업체가 도산하고 미국으로 이민하였었고 그때 5살이었던 딸이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사건을 해결하고자 사건을 의뢰해 주셨습니다.
20여 년을 미국에 살면서 조국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의 사건을 꼭 해결하고자 마음을 먹었고, 저희 법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해 주신 것입니다.
참고로 사건의 피의자는 미국에서 영주권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져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명수배까지 내려져 대한민국으로 오면 공항에서 체포가 되는 상황이었죠.
이에 의뢰인(딸)은 아버지가 대한민국으로 입국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길 원하셨습니다.
2. 사건조회 및 검토
사건을 조회하고, 검토해 보니 전형적인 IMF 기소중지 사건에 해당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설비공사업을 하던 피의자가 원청의 부도로 연쇄 부도를 맞이하였고 그 결과 어음으로 지급하였던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사기로 고소된 사건이었습니다.
사기죄는 편취할 의사로 타인을 기망하여 금원을 교부받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본 사건의 경우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피의자가 1999년 미국으로 출국하고 이후에 고소장이 접수되어 피의자 조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실체조사 없이 이 사건에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고 그 결과 지금까지 사건은 중지된 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게 된 사례이므로 이러한 상황에 맞는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이와 같은 사건이라면 저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입국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기소중지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께는 입국 없이 재기 신청 사건으로 사건을 진행해 보자고 추천해 드렸습니다.
3. 고소인과의 합의
미입국 상태에서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서는 실체에 대한 다툼이 있으면 안 됩니다. 실체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 검사는 피의자를 소환하여 조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고소인과 합의는 필수입니다. 합의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본 포스팅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① 고소인의 연락처 확보
검찰청을 통해 고소인의 연락처를 확보했는데, 특이하게 고소인의 아내가 고소대리인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그 아내의 연락처만 통지해 주었습니다.
고소대리인에게 연락해 보니, 고소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고소 당시에도 고소인이 연로하셨기 때문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사망하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고소인이 사망하는 경우에는 합의 없이도 각하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합니다만 사건을 확실히 종결시키기 위해 고소대리인과 합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각하 처분은 검사의 재량이지 의무가 아니니까요.
② 합의 진행
고소대리인과 연락하여 합의금을 조율하고, 이후에는 직접 고소대리인을 만났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날이어서 일찍 출발했는데, 1시간 가까이 일찍 도착했던 기억이 있네요.
구체적인 합의안이 미리 정리된 상태로 만났기 때문에, 합의는 금방 끝났습니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간인이 필요하면 간인하면 끝이죠.
참고로 합의서뿐만 아니라 탄원서도 요청하여 받았는데, 탄원서에 사건의 종결을 원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면 검사의 처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4. 재기 신청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법리 검토도 끝났고, 재기 사유들도 충분히 만들었죠.
이제는 사건을 재기하고 종결시킬 차례입니다.
참고로 사건을 재기한다는 말은 기소중지 사건을 다시 활성화하여 수사를 진행한다는 말입니다. 기소중지 된 사건은 검사조차 배당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건을 처분을 위해서는 재기시켜야만 합니다. 재기되지 않은 사건을 처분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건을 재기시키기 위해서는 재기신청서 라는 것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재기신청서에는 사건의 재기를 위한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있고, 검사의 실체 판단을 도울 자료 및 내용들도 담겨있어야만 합니다. 기소중지 사건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만이 사건에 최적화된 재기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는 이유도, 이처럼 재기와 처분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성된 재기신청서는 총 50page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었습니다. 검사의 재기와 처분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을 압축하여 담았는데도 상당한 양이더군요. 거의 책 한 권을 써서 제출한 것 같습니다.
5. 사건의 재기
재기신청서가 접수되고 일주일 만에 사건은 재기되었습니다.
재기 이후 담당 검사는 피의자의 진술서를 받아 제출할 것을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피의자에게 연락하여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받아 제출하였습니다.
진술서가 제출된 지 일주일 후 아래와 같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6. 검사의 무혐의 처분
- 피의자에게 사기죄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뚜렷이 없는 점
- IMF로 인하여 변제하지 못하였음이 확인되는 점
- 피해자와 합의하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의자는 증거불충분 하여 혐의 없다.
7. 여권 발급
사건이 해결되었으니, 여권을 발급받아야겠죠?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 피의자에게 여권이 발급되지 않는 이유는 아래 조항 때문입니다.
「여권법 제12조」 외교부 장관은 기소중지된 피의자에 대하여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의뢰인인 피의자 따님분께, 그리고 피의자 본인께 사건이 종결되었으니, 여권을 발급할 수 있다는 말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두 분 모두 너무 기뻐하시더군요. 한국에 오시면 꼭 한번 뵙자고도 말씀드렸습니다.
8. 마치며
결과적으로 본 사건은 피의자 조사 없이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보면 피의자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사안을 20년간 온갖 불이익을 받으며 머나먼 타지에서 살아온 것입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형사사건이라고 하면 수갑이 채워지고 구치소 등에 구금되는 것을 상상하기 쉽습니다만, 모든 형사사건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특히 해외 기소중지사건은 불기소율이 매우 높으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보시기 바랍니다.
해외에 계신 분들의 상담을 돕기 위해 여러 상담 창구를 마련해 두었으니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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