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1살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 한 남자분의 이야기입니다.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되지 않았음에
뉴욕 영사관의 어처구니 없는 행정으로 수년간 여권을 발급받지 못했죠.
저희가 해외 기소중지 사건을 많이 해결하다 보니, 별의별 사례가 다 있었는데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저도 어이가 없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뉴욕 영사관 담당자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마 뜨끔 하실겁니다. 본인이 얼마나 위법한 행정 하였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알고 있을 테니까요.
1. 미국에 계신 분의 상담
※ 사건과 의뢰인의 비밀 유지를 위해 내용과 명칭은 일부 각색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입니다.
제 아들은 1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미국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여권 발급을 받을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아들이 군대 갈 나이가 된 이후부터 뉴욕 영사관은 여권 신청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엉뚱하게 제 여권을 갖고 오라고 하지를 않나,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귀 법무법인에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2. 법리 정리
조금 복잡한 부분이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권법 제12조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 피의자에 대해 여권발급을 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이 되었다면 여권도 발급받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되지 않은 분들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겠죠.
예전에는 국외여행 허가신청을 하고 병역 연기를 했어야만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외교부에서 관련 규정이 개정이 되면서
병역 연기가 안되더라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병무청 규정에 따르면 국외여행 허가를 받는 경우, 부모의 여권 등이 필요가 없습니다.
검토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상담자의 아들은 국외여행 허가를 받지 않아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고, 이 경우 부모님의 여권도 필요가 없다.
3. 뉴욕 영사관의 행태
"국외여행 허가 안 받았잖아요. 여권발급 안돼요"
"국외여행허가 받으려면 부모 여권 가져오세요. 국외여행 허가 안돼요"
뉴욕 영사관의 담당 직원이 의뢰인과 의뢰인의 아들에게 한 말입니다.
위와 같이 말을 하고 여권접수조차 받지 않았더군요.
법과 규정을 위배한 위법한 행정입니다.
4. 상담 진행
형사팀장님을 비롯하여 형사팀 변호사님들이 모여 사건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살펴본 결과, 뉴욕 영사관이 위법한 행정을 하였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를 위해 의뢰인께는 행정소송을 진행하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만 행정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외교부 측에도 협조를 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투 트랙으로 사건을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5. 변호팀의 협업, 사건 동시 진행
형사담당 변호사가 행정소송 준비를 위해 소장을 작성하는 한편,
형사팀장님은 외교부와 협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행정사건 담당 변호사님을 사건에 배당하여 여러 명의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의뢰인의 사정상 사건이 빨리 진행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사건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단계별로 진행할 시간이 없었죠.
6. 외교부와 협조 진행
형사팀장님은 외교부 법무팀과 협조 진행하였습니다.
외교부 법무팀에 연락하여 앞서 우리 법무법인이 검토한 내용을 전달하였고, 뉴욕 영사관에서 여권 신청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지하였죠.
다행스럽게도 외교부 법무팀은 우리의 의견을 경청하였는데, 검토 내용이 법률 규정에 정확히 들어 맞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뉴욕 영사관에서 여권접수를 거부하고 있다면 이는 위법한 행정이었으니까요.
외교부 법무팀은 며칠간의 말미를 달라고 말하며 영사관에 이러한 사실이 존재하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7. 황당한 뉴욕 영사관의 답변
며칠 후 외교부 법무팀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뉴욕 영사관에 확인해 봤는데 여권접수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다시 한번 접수 해 봐라"
"의뢰인이 여러 번 영사관을 찾아가서 여권접수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여권뿐만 아니라 국외여행 허가 신청서도 접수했는데 부모 여권을 가져오라면서 접수 거부했다.
접수 거부가 반복되고 있는데 갑자기 접수가 된다는 것인가? 그리고 뉴욕 영사관 직원은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여하튼 접수해 봐라"
8. 여권발급 신청 접수
의뢰인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전달하고, 의뢰인은 뉴욕 영사관에 여권발급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접수도 진행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몇 번이나 거절 당했었는데,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더군요.
여권발급 여부는 1개월 후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9. 한 달 후
1개월의 기간 동안 소장을 정리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또다시 여권발급이 거부된다면 바로 소장을 접수하려 했죠.
"여권 발급받았습니다!!!"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로펌에서 외교부에 이야기하면 바로 여권이 발급될 일이었는데 이런 일로 국민의 발목을 붙잡아왔다니..
재외국민을 도우라고 설치해놓은 뉴욕 영사관이 이와 같은 행정을 했다는 것이 괘씸하기도 했습니다.
10. 마치며
여러 명의 변호사가 소송을 준비하고, 사건을 검토한 것치고 사건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사건을 쉽게 해결해서 기쁜 마음이고, 의뢰인께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 마음도 큽니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이들을 보호해 줘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이러한 것을 하라고 설치한 것이 영사관이고요.
그런데, 정작 영사관은 규정에 어긋난 행정을 펼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대한민국 국민인 재외국민이 고스란히 지고 있습니다.
부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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