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형사사건 전문 구본준 변호사입니다.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현대사회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형법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성립범위가 매우 넓죠.
하지만 법리는 복잡하여 경찰, 검찰 각 심급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사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예훼손 사건은 초기에 기초사실을 얼마나 제대로 특정하느냐가 중요하고, 각 기초사실별로 납득할만한 법리를 주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법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한 의뢰인의 사례를 소개해 드릴겁니다.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잘못받아 송치되었고, 이후 변호인을 선임하여 불기소처분(죄가안됨)으로 종결된 사건이기 때문에,
변호인이 직접 사건을 진행하면 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펴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1.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의뢰인
K씨는 P씨로부터 5,000만 원을 편취당한 후 다른 피해자들에게 P는 사기꾼이라는 말을 하였다.
이에 P씨는 K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다.
P씨는 의뢰인 K씨를 비롯한 여러명의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수억 원을 편취한 후 파산하였고, 결국 K씨는 P씨를 사기죄로 고소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사기 사건은 형재 불구속 구공판, 즉 재판에 회부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범죄혐의가 어느정도 입증되어야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P씨의 사기 범죄혐의는 어느정도 입증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죠.
이 사건을 고소하는 과정에서 K씨는 P씨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들을 수집하였는데, 증거를 수집하면서 다른 피해자를 만나 P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P씨는 K씨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 경찰조사를 혼자 받은 후 송치된 K씨
K씨는 P씨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변호인 없이 첫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하여 불송치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담당 수사관은 본 사건에 대해 K씨의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습니다.
K씨는 사기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형사처벌까지 받게 생겼으니 너무나 억울한 상황이었고 결국 변호인을 선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3. 변호인 선임 및 검토
저는 본 사건을 선임한 후 법무법인 모두의 변호사님들, 형사팀장님과 함께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기초사실이 복잡하고 법리적으로도 검토해야할 쟁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검토 결과, 본 사건은 일부 행위에 대하여는 구성요건을 결여하였고, 가사 구성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안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추가로 수사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도 발견되었습니다.
검토결과
① 공연성 관련: 피해자 중 일부는 P씨와 매우 밀접한 관계로 구성요건이 결여됨
② 위법성 관련: K씨는 사기 범행의 피해자로 고소한 사건은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
③ 피의자 진술: K씨는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수사관의 무리한 수사로 범행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게 됨
④ 수사 절차의 문제: K씨는 영상녹화와 관련하여 아무런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으나, 서류상 부동의로 기재되어 있음. 결국 피의자 조사는 영상녹화 없이 진행됨.
본 사건의 의뢰인 K씨는 고소인 P씨에 대한 사기범행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여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피해자 중 일부가 P씨와 매우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공연성을 충족하지도 못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수사관은 본 사건이 범죄의 성립요건을 모두 갖추었는지 검토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습니다.
저는 도대체 이 사건이 어떻게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는지 의아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보면 기존 사기사건에 대해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전형적인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규정이 적용될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4. 피의자 신문조서 정보공개청구
우선 제가 첫 피의자 조사 때부터 함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 신문조서를 정보공개청구하였습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살펴보면 수사관이 피의자에 대해 어떠한 질문을 하였고, 피의자가 어떤 진술을 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피의자 조사 시 변호인의 참여를 원한다거나, 영상녹화를 원한다는 등의 절차상의 문제가 존재하는지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 검토결과, 피의자는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말미에는 모든 범행을 인정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영상녹화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녹화를 원치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더군요.
심지어 수사관은 위법성 조각여부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본건은 위법성 조각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는데, 왜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의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수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본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5. 변호인 의견서 제출
변호인 입회 없이 피의자 조사가 진행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변호인 의견서는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견서에는 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우에 대해서 자세히 기재하였고, 공연성이 없어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과 형법 제310조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내용을 기재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서도 본 건은 혐의없음(죄가안됨) 처분이 내려져야 함이 마땅한 사건이었죠.
의견서만 31페이지, 증거자료까지 합치면 8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습니다만 의미없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본 사건은 기초사실이 복잡하고 법리판단을 해야하는 부분도 많은 사건이었습니다.
검찰에서도 본 사건의 조사가 부실하였다는 것을 알았던 것인지, 담당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 명령을 하였고 여기에 변호인 의견서까지 접수되어서 수사관은 다시 수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는데, 변호인이 선임되고 의견서가 제출되자마자 담당 수사관은 바로 불송치 결정을 내려버리더군요.
기존에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수사관이, 추가로 피의자 조사를 하지도 않고 손바닥 뒤집듯이 처분 결과를 바꿔버리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 사건 수사를 어떻게 한 것인지 의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본 건 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K씨는 변호인을 선임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기 피해를 당한 K씨는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 것이죠.
6. 고소인의 이의신청과 처분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에도 고소인 P씨는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였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죄가 안됨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참고로 죄가 안됨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내려지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입니다.
7. 마치며
저는 본 사건을 진행하면서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변호인 의견서 하나로 수사기관의 처분 결과가 완전히 뒤바뀐 사건인 것인데, 만약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면 K씨는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수도 있었겠죠.
형사사건은 실체진실의 발견을 주요 이념으로 합니다.
피의자의 행위가 법에 규정된 범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면 처벌을 받음이 마땅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처벌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변호인 선임 여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폭행, 상해, 강도,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은 법리구성이 간단합니다.
실제로 피의자가 폭행행위를 했는지,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사람이 죽었는지만 검토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예훼손죄처럼 법리가 복잡하고 피의자의 행위가 범죄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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