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의뢰인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동종으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던 데다가, 1심의 형이 가볍다고 검사마저 항소했던 사건이어서 정말 많이 신경 썼던 사건이었습니다.
1. 사건 선임 시 피의자의 상황
"변호사님, 큰일 났어요.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서, 우리애를 체포해갔습니다. 구속영장까지 나온 상황이에요"
어느 날 다급한 전화 한 통이 울렸습니다.
예전에 민사사건을 맡아서 잘 해결해 드렸던 분이었는데, 아들이 구속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휴대폰 카메라로 교복 치마를 입고 있던 피해자의 다리 부위를 촬영했는데, 이 범행이 수차례 반복되었고
심지어 그 사진이 반포까지 되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2019년 카메라촬영죄로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동종 전과가 2번이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2. 사건 검토
피의자는 누범기간에 범행을 범하였고, 집행유예 결격기간이었습니다.
기존 사건의 형 집행이 종료된 지 3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행유예는 불가능했고, 불구속 수사도 불가능했습니다.
어차피 실형을 받을 사안이라면 보석을 신청하는 것이 유의미하지도 않았죠.
더 심각한 것은 본 사건이 단순 촬영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촬영물이 온라인을 통해 개인 간 메시지로 반포가 된 것입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양형자료를 최대한으로 마련하여 형량을 줄이는 방법뿐이었습니다.
3. 1심 (원심)
엄중한 분위기에서 1심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혐의를 부인할 수 있는 사건도 아니었고,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다만, 아래와 같이 여러 양형 사유를 말씀드려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① 피고인이 수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의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가족적 유대가 공고한 점 등
또한 피고인이 피해 변제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한 점도 어필하였습니다.
① 피해자들과는 최대한 합의
② 합의가 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형사 공탁을 함
결국 1심은 징역 1년 10월이 선고되었습니다.
검사가 6년형을 구형해서 최소 3년 이상의 형이 선고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결과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피해자들 중 3명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만약 이 피해자들과도 합의가 되었다면, 더 감형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피고인의 부모님들과는 피고인의 죄가 무거운 데 비해,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항소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야기를 나누고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검사만 항소하지 않으면 이대로 사건은 종결되는 분위기였습니다.
4. 검사의 항소
항소 마감일 마지막 날, 검사가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검사가 항소한 이상, 피고인도 항소를 해야만 했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항소심까지 진행된 김에, 1심 때 합의하지 못했던 피해자들과도 다시 한번 더 합의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피해자들과 합의를 한다면, 양형에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5. 2심 (항소심)
피고인이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고, 변호인은 변호인대로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검사가 항소하여 형량이 올라갈 가능성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1심 때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업무를 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1심에서 합의를 하지 못한 피해자들과 최대한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죠.
판사님께 피해자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요청을 드렸고, 결국 피해자들과는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1심에서의 양형자료를 다시 종합하여 의견서와 변론요지서를 제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1심보다 양형자료는 더 플러스된 상황이었습니다.
감형도 가능한 상황이었죠.
6. 항소 결과는 감형
얼마 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결과는 6개월이 감형되었습니다.
1년 10개월의 징역형이 1년 4개월로 감형된 것입니다.
6. 마치며
카메라촬영죄는 그 처벌이 점점 강화되는 범죄입니다.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그 피해가 심대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에게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죠.
본 사건은 단순한 변호인의 노력만으로 감형이 된 사건이 아닙니다.
피고인의 부모님이 물심양면으로 나서서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회복하려고 함께 노력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이러한 마음을 이해해주고 용서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이지, 아니었으면 몇 배로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을 것입니다.
변호인은 죄를 지은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죄를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변호인의 역할은 의뢰인이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을 통하여 최대한 불이익이 적은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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